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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피싱해결 검찰, ‘위례 개발 비리’ 사건 1심 무죄에 이례적 항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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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민종 작성일26-02-09 10:00 조회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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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피싱해결 검찰이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사건’ 1심 무죄 판결을 수용해 항소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민간개발업자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의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이 1심에서 전부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항소하지 않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위례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도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다 중단된 사건이어서 검찰의 항소 포기 결정은 이 대통령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위례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기한인 4일 밤 “법리 검토 결과 및 항소 인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은 문재인 정부 때 이상직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현옥 전 대통령실 인사수석 사건 1심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박철우 중앙지검장은 이날 수사·공판팀과 중앙지검 내부 협의,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대검 수뇌부와 의견 교환 끝에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지검 “항소 인용 가능성 등 고려” 대검 수뇌부와 논의 끝 결론 내린 듯
위례 사건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과 유사한 구조인 데다 이 대통령과 연관돼 있어 검찰의 항소 여부에 관심이 모였다. 이 사건은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이었던 2013년 위례 아파트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내부 정보를 민간업자들에게 빼돌렸고, 민간업자들이 개발사업을 따내 재산상 이익을 얻도록 도왔다는 의혹이다. 민관 합동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이고 사건의 주요 인물이 겹쳐 ‘대장동 판박이’로 불렸다. 검찰은 대장동 사건 수사 중 위례 사건으로 수사를 확장해 2022년 유 전 본부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 대통령도 2023년 별도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부패방지권익위법(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본부장 등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민간업자들이 사업 추진 당시 확보한 정보가 부패방지법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들이 비밀을 이용해 사업자 지위를 얻었을 뿐이며, 검찰 주장처럼 사업자 지위 취득이 ‘배당이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배당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별개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장판사는 ‘사업자 선정’ 자체를 ‘재산상 이익’으로 봐야 한다고 했지만 사업자 선정 시점이 2013년 12월이어서 공소시효(7년)가 이미 끝났다.
검찰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이전처럼 기계적으로 항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검찰에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 사건에서 유독 항소 자제 원칙을 엄격하게 지킨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대해서도 “실익이 없다”며 항소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받고 있던 5개 형사재판은 대통령 당선 이후 모두 중지됐는데, 위례 사건 공범들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이 대통령도 추후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대장동 항소 포기 때 일부 검사장들이 연명으로 비판 글을 올리는 등 크게 반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거세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항소 때마다 논란이 반복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도 “대장동 항소 포기 비판에 앞장선 검사들이 대대적으로 좌천되는 걸 보면서 검사들이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아버지의 방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명절이면 어머니의 방에는 낮잠을 자거나 짐을 꾸린다며 마음 편히 들락거렸지만, 아버지 방에는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의 방은 아버지가 사는 방이기보다 아버지가 나오는 방이었다. 아버지의 방 안쪽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해서 더 알게 되는 게 어쩐지 달갑지 않았다. 아버지를 미워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나는 가족들 중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고, 내성적이어서 말수가 없는 아버지가 편했다.
작년 겨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제 비로소 아버지가 궁금해져서가 아니라, 방을 정리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아버지 방에 들어갔다. 좀처럼 집안일을 거드시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방이 꽤나 지저분할 거라고 상상했는데, 아버지의 방을 보고 나면 얼마간 우울해질 거라는 각오가 무색할 정도로 깨끗하고 말끔했다.
가장 놀란 것은 옷장이었다. 옷이 너무 많았다. 아버지는 좀 별난 구석이 있었다. 쇼핑을 즐기셨고, 브랜드를 좋아했고, 화려한 디자인과 색깔로 자신을 치장했다. 방에서 나올 때면 다른 아버지들은 입지 않는 화사한 색깔의 새 옷을 입고 나타났다. 아버지는 가족들 중 가장 튀었다.
옷장 속에는 그 취향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빨간 바지, 주황 바지, 흰색 바지만 각각 열 벌이 넘었다. 코트와 점퍼는 스무 벌이 넘었고,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양말은 30켤레였다. 만약 방의 주인이 누구인지 몰랐다면, 쇼핑중독에 걸린 청년세대의 방이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였다. 언니는 아버지가 매일 같은 색깔의 옷만 입어서 똑같은 옷인 줄 알았는데 그게 다 다른 옷인 줄을 이제야 알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입지 못한 옷, 멈추지 못한 욕망
장롱을 가득 채운 헌 옷이 내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이었다. 그 옷은 우리 세대가 미래세대에 물려준, 어마어마하게 처치 곤란한 지구의 상태랑 어딘가 비슷한 데가 있었다. 무겁고, 불편하고, 너무 화려했으며, 무엇보다 다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많았다.
아버지에게는 그 옷이 어땠을까를 생각하자 갑자기 쓸쓸해졌다.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불필요하고, 미련하게 거추장스럽고, 건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버지는 왜 다 입지도 못할 만큼 많은 외출복을 사야 했을까? 이상했다. 아버지는 집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안 좋아했으니까. 내성적인 아버지는 집 밖으로 나가시는 일이 좀처럼 없었으니까.
고양시의 한 도서관에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독서토론을 진행했다. 책도 유행을 타는, 책도 쌓아놓고 절찬리에 판매하는, 책도 할인하고 책을 사도 덤을 받는, 무서울 정도로 모든 게 상업 논리에 휘말려버린 시대에 <난쏘공>은 여전히 유효하고 필요한 소설이었다. 앞면과 뒷면이 같은 뫼비우스의 띠,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는 클라인의 병은 구분짓고 차별함으로써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혐오의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였다.
소설에는 우리 모두가 난장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모임에 참석한 시민분들 중 자신을 난장이에 감정을 이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이제 다 사장님들이었으니까. 참가자인 70대 남성은 유튜브 광고에서 투자를 권할 때마다 솔깃하다고 고백했고, 60대 여성은 이웃이 아파트 투기로 번 돈으로 크루즈 여행을 떠나서 배가 아프다고 털어놨다. 사치스러운 관광으로 얻는 값비싼 힐링보다 책을 읽고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도서관의 교실 안이 더 행복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그게 그렇지가 않다며 고개를 휘휘 저으신다. 갈 수 없어 못 갈 뿐 크루즈 여행이 더 탐나고 부러우시단다.
아버지에게 왜 그렇게 많은 외출복이 필요했을까? 나는 주로 집에서 생활하셨던 아버지가 정작 실내복은 사지 않으셨다는 걸 깨달았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서 쌓아두는 데 인생의 상당 시간을 소비했다. 그리고 나는 그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아버지의 유산은 ‘노 바잉’이었다
화려한 외출복으로 가득 채워진 아버지의 방이 내게 묻는다. 네 아버지의 삶은 네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쓸쓸한 것이 아니었겠느냐고. 칠십이 되어서도 네 아버지는 자유롭지 못했다고. 미디어가 현혹한 가짜 욕망을 좇아 쇼핑하는 삶, 그게 아버지의 삶이었다고. 광고와 할인이라는 유혹을 물리치지 못했던 내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가 샀지만 미처 다 입을 수 없었던 수십 벌의 옷들이 내게 말한다. 이제 너는 충분히 가졌다고, 쇼핑을 그만 멈추라고, 아버지를 반복하는 대신 아버지를 넘어서라고.
그렇게 지금 나에게 노 바잉(no buying: 지구의 환경을 회복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실천)이 왔다. 내 아버지의 유산이 왔다.
[주간경향] 코스피 5000시대가 열리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연일 뉴스는 코스피지수가 어디까지 올라갈까를 점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으로 뒤덮였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개를 돌파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섰다. 한쪽에선 “더 오를 텐데 지금 주식 안 하면 바보”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선 “모두가 주식으로 돈 버는데 나만 안 하고 있나”라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주식시장 활성화를 강조해온 결과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국내 상장사의 주식을 보유한 국내 개인투자자는 1410만명이다. 다시 말하면 3700만명가량은 주식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모든 국민이 주식 투자를 할 수도 없다. 주식 투자를 하려면 돈, 정보, 시간이 있어야 한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수익률이 높다.
정작 성실히 일한 사람이 잘살 수 있는 사회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전전하는 한 청년은 코스피 5000시대에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자발적 선택이 아닌 포기”라고 했다. 다른 청년은 “투자와 자산이라는 이름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지워지고, 소외되고 있다”고 했다.
“코스피 5000은 모르겠고 달걀이 한 판에 8000원 합니다. 채소도, 쌀도 비싸고. 슈퍼마켓에 가기가 무서워요.” 코스피 5000으로 생활에 변화가 있느냐고 묻자 A씨(29)에게 돌아온 답이다. A씨는 병원에서 일하며 돈을 벌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A씨는 식재료를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주말 새벽 재래시장에 가고, 옷 구매는 빈티지 숍을 이용한다. 5년을 일했는데 계약직이라 1년에 한 번씩 직장을 옮겼다. 대학 학자금 대출은 아직 남아 있다. A씨는 현재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 투자할 돈이 없다. A씨는 “부모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1인 가구를 유지하려면 주식에 투자할 수가 없다. 버는 돈은 대부분 생활비로 나간다. 저축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학자금 대출을 갚아도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 사회에서 대출 없이 살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했다. 그에게 주식 투자는 먼 이야기다.
가구조립 일을 하는 B씨(32)는 몇 년 전 주식을 했지만 정작 주가가 오른 최근엔 주식을 못 하고 있다. B씨는 “주식을 하려면 재무제표도 봐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다. 하루 12시간을 일하는데 퇴근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했다. B씨는 새벽 4~5시쯤 집에서 나간다. 물류센터에서 가구를 싣고 배송, 조립을 하면 저녁 8~9시가 된다. 가구조립 노동자들은 형식적으로는 가구회사에서 운송을 위탁받은 하청업체와 계약한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한다.
청년들 사이에선 노동소득만으로 풍족한 삶을 살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여겨진다. 더 무서운 현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C씨(26)는 소규모 회사에 취직해 일했는데 트라우마 때문에 1년 넘게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고립은둔 청년으로 지냈다. 회사에선 계약서를 쓰지 않고 정해진 기간 없이 일을 시켰다. 매번 다른 일을 시키면서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고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달에 150만원을 받았는데 유급휴가는 없었다. C씨는 “새로운 일을 구할 자신은 없고, 잘 못 한다고 지적받는 게 반복되면서 많이 지쳤다”며 “어느 순간 더 이상 일을 못 할 지경이 됐다”고 했다. 우울증에 빠진 C씨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고 무서워 그냥 쉬었다. 그렇게 그는 ‘쉬었음 청년’이 됐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쉬었음 청년’은 71만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청년 수(157만명)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중소 사업체에서 일하는 청년 수(741만명)는 역대 최소로 쪼그라들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C씨는 주식 투자를 안 하고 있는 것이 자발적 선택보다는 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C씨는 “애초에 비축해놓은 돈도 별로 없지만, 돈이 주식 투자로 묶이는 것이 부담스럽고 투자했다가 날리게 됐을 때의 불안감이 크다”며 “만약 여유자금이 있었다면 투자해볼 마음이 있었겠지만 망하면 생활비가 날아간다는 게 너무 크게 다가온다”고 했다. 지역에선 아르바이트도 구하기가 어렵다. 지역에 거주하는 대학생 D씨(23)는 “아르바이트도 경력직을 원하고, 경력이 없어도 되는 일자리엔 지원이 엄청 몰린다. 면접도 못 볼 때가 있고 면접까지 봐도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음식점 아르바이트 같은 것만 겨우 뽑힌다”고 했다.
자산이 없는 사람에게 주식시장의 위험도는 더 크게 느껴진다. E씨(36)는 조선소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주식 투자를 했는데 3배를 벌었다가 거의 다 날아가는 것을 본 뒤 ‘이건 안 되는 거구나’ 생각하고 현재는 주식을 안 한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손실은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E씨는 “공부를 하면 돈을 벌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주식시장 구조상 개미 투자자가 대자본을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며 “그런 것들은 공부 영역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F씨(29)도 ‘원금 손실에 대한 리스크’를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를 보면 코로나19와 주식 투자 붐이 한창이던 2020년 3~10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신규투자자 3명 중 2명(62%)은 손실을 봤다. 신규투자자 중 54%가 2030세대였다. 연구진은 스스로의 능력이 우월하다는 과잉 확신, 주식 투자를 일종의 대박 기회로 인식하는 성향으로 인한 잦은 거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평가된 국내 자본시장을 끌어올리고 건강한 기업에 자금을 댄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활성화는 필요한 정책이다. 문제는 정부가 개인의 주식 투자를 장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불평등 해소에 대한 논의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영섭 금융과미래 대표는 통화에서 “흔히 주식을 할 때 여윳돈으로 하라고 하는데 중산층 이하의 청년들, 시민들이 여윳돈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여윳돈이 아닌 돈, 없으면 큰일 나는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고 엄청난 규모의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삶을 저당 잡혀 있다. 커다란 자산에 가려져 죽어나는 개미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주식시장의 과실이 국민 전체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의 조세정책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주식 투자 하나만 보고 있다”고 했다. 금투세는 2020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후 정치권은 시행을 거듭 미뤘고, 2024년 12월 시행도 전에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개발로 노동의 가치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를 어떻게 분배할지, 기본소득이 가능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런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는 뒷짐을 지고 개인의 노력에 맡겨져 있다 보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먹을 돈으로 주식 사라’는 말까지 나오며 논쟁이 붙었다. A씨는 “두쫀쿠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1만원이 안 된다”며 “맛있는 것을 먹고 취미에 쓸 비용까지도 전부 주식에 투자해야 노후에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혀서 무섭다”고 했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 주식 붐 때 주식 투자를 하다가 지금은 하지 않는다는 대학생 G씨(26)는 “청년들이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고 해서 삶이 안정될지 잘 모르겠다”며 “장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책임을 ‘네가 재테크를 안 해서 그렇다’ ‘네가 자기계발서를 읽고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개인에게 전가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D씨는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폄하하면서까지 주식을 권유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 이상하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해서 삶이 극적으로 나아지진 않는다는 게 H씨(31)의 말이다. H씨는 2020년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진 않았다고 했다. H씨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신뢰가 깨져 있고, 이는 위험 투자로 청년들을 내몬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사기 치고 산 것도 아니고 30~40년 일한 노동자라면 노후에 비참하게 살 걱정은 없어야 하는 게 맞잖아요. 주거, 의료, 양육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충분히 보장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저도 투자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국가는 열심히 일해서 은행에 저축한 사람들의 자산 가치를 지켜주는 것 같지 않고, 앞으로도 안 지켜줄 것 같아요. 이런 환경에서 저 같은 개인에게는 위험자산 투자가 일정 부분 ‘강제’되는 거예요. (미국 주식 투자로) 물가상승률을 따라가고 있으니까 조금 덜 불안한 것이지, 만약 그걸 못 따라가고 있거나 손해를 본다면 더 위험한 투자로 가지 않았을까요?”
주식 투자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청년 세대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주식 투자자인 청년이 기업의 잘못된 행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자본친화적 성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G씨는 “투자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되는 가치관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면서 주식 투자와 거리를 두게 됐다”며 “청년들이 파업하는 노동자와 비슷한 입장에 놓여 있음에도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파업을 저지해야 한다는 논리로 자본의 편을 드는 게 그런 예”라고 했다. G씨는 “투자 논리는 대학 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며 “대학이 기업화하고 학생회도 기업과의 제휴에 집중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탄압·관리하는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했다.
주식 투자자들의 ‘위기가 기회다’ 논리 때문에 주식을 하지 않는 청년도 있다. I씨(27)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이 ‘지금 전쟁 일어났으니 (무기 사업을 하는) 한화 주식 사야 해’라면서 숫자에만 관심을 두는 것을 보며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J씨(30)는 최근의 주식 열풍을 보며 불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J씨는 “(주식은) 부의 양극화를 띠는데 그런 부분은 크게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전쟁 무기를 개발하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은 기업의 이윤이 높아지기만을 생각하고 죽어가는 사람들과 노동자는 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청년들은 지금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랄까. G씨는 “주거와 교육, 돌봄 등 일상을 구성하는 서비스가 개인의 투자행위로 전가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권으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했다. G씨는 “지난해 10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 국제사회의 지도자들이 오가고 젠슨 황(엔비디아 CEO)이 치킨집 회동을 하면서 주식 투자자들이 환호했는데, 그 이면엔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집중 단속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며 “자본의 잔치 아래 평범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이 어떤지를 직시했으면 한다”고 했다. C씨는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고 근로소득으로 먹고살기 불안하니까 주식을 하게 되는 것인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주식을 활성화하자고 하는 게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 돈을 버는 소수의 사람, 투자받는 기업은 좋겠지만 주식을 안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코스피 5000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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