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더 이상 알쓰들의 대체품이 아니다···찐 알코올 만큼이나 다채로운 논알코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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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민종 작성일26-04-01 14:00 조회0회 댓글0건본문
지난해 4월1일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프리미엄 논알코올 음료를 소개하는 편집숍 ‘아티스트 보틀클럽’을 연 이재범 대표는 “한국에서는 아직 논알코올이라고 하면 대부분 ‘맥주’를 떠올리지만 실제 세계 시장은 훨씬 넓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매장에서는 국내외 80~100종의 논알코올 음료를 취급한다. 0.5% 미만 도수는 논알코올, 0.00% 제품은 무알코올로 표기한다. 맥주뿐 아니라 스파클링 티, 위스키와 진을 모티프로 한 스피릿(증류주) 스타일 음료까지 논알코올의 장르도 다양하다. 여러 가지 과일 주스와 향신료, 허브 등을 블렌딩해 와인처럼 느껴지게 만든 ‘논알코올 와인 프록시’를 본격적으로 만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매장을 단순한 숍이 아니라 “논알코올 드링크를 경험하는 큐레이션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음주 금지 지역이 된 일명 ‘연트럴파크’ 경의선숲길 인근에서 온라인숍에 이어 오프라인 매장을 시작한 이유다.
처음 접한 논알코올 음료의 경험이 대부분 ‘뭔가 아쉬운 맛의 맥주’였던 탓에 이 시장에 대한 기대가 낮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논알코올이 하나의 독립된 음료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 몇년 사이 논알코올 음료 시장은 연평균 6~7% 성장률을 기록하며, 정체된 주류 시장과 대비되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음료 카테고리’로 부상했다. 세계적인 주류 기업들도 이 흐름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네덜란드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의 무알코올 맥주 0.0이 카레이싱을 다룬 영화의 메인 스폰서로 나선 것이나 세계 최대 주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디아지오가 논알코올 증류주 브랜드에 투자한 사례는 이제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논알코올 시장이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대체품’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해외에서는 논알코올 음료를 중심으로 한 바와 보틀숍이 하나의 문화가 됐다. 이 대표가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미국, 일본, 호주, 홍콩 등을 돌며 그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난 뒤였다. “해외에는 정말 다양한 브랜드와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소비자들이 그걸 경험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에요.”
이 대표는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장 개척에 나섰다. 매장에서 반응이 좋은 제품은 아티스트 보틀클럽이 OEM으로 제작한 논알코올 맥주 ‘B라거’와 이름이 생소한 ‘스파클링 티’다. 스파클링 티는 차를 베이스로 만든 탄산음료로, 차의 향과 과일 또는 허브의 풍미를 블렌딩해 와인처럼 다채로운 레이어를 이룬다. 이 대표가 추천한 ‘노블트러스 크랜베리 스파클링 티’는 장미, 히비스커스, 크랜베리가 어우러져 우아한 색감을 낸다. 균형 잡힌 산미와 은은한 과일 향을 갖춰 로제 와인을 방불케 하지만 알코올 0.00%의 디카페인 음료로 임산부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에서도 와인잔을 들고 식사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해외에서는 이런 경험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논알코올 페어링’이라는 새로운 다이닝 문화도 만들어냈다. 이 대표가 그 가능성을 확실히 체감한 곳이 바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미쉐린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카토였다. 그는 10개의 코스 요리와 함께 논알코올 전문 믹솔로지스트가 꾸린 10개의 논알코올 음료 페어링을 경험했다.
“와인을 대신하는 음료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식의 페어링이었어요. 허브나 차, 발효 음료를 활용한 드링크가 음식의 풍미를 하나하나 끌어올리는 방식이었죠.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논알코올도 이렇게까지 정교한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해외 파인다이닝에서는 논알코올 페어링을 선택하는 고객이 점점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흐름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모수, 에그앤플라워, 소울다이닝, 윤서울 등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논알코올 드링크를 판매하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고객도 동일한 미식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논알코올 음료의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주류 전문 시장조사기관 IWSR은 지난해 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알코올이 없는 것 그 이상을 원한다”고 전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기능성 음료와의 결합도 활발하다. 수면을 돕는 성분을 넣은 음료, 비타민이나 마그네슘 등을 더한 맥주 스타일 음료, 프로틴이 함유된 논알코올 드링크까지 등장했다. ‘운동 후 마시는 맥주 한 잔’의 쾌감을 놓치고 싶지 않지만, 건강은 지키고 싶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제품들이다. 이 대표는 “논알코올 시장의 다음 단계는 분명 기능성 음료와의 결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제로 인해 유통이 미뤄진 상태다.
해외에서는 ‘제브러 스트라이핑(zebra striping)’이라는 음주 방식도 등장했다. 마치 얼룩말의 흑백 줄무늬처럼 술과 논알코올 음료를 번갈아 마시는 문화다. 위스키를 마시다가 중간에 논알코올 맥주나 스파클링 음료로 잠시 쉬고 다시 술을 마시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이런 변화가 국내에서도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매장에는 예상 밖의 방문객들도 찾아온다. 국내 소주 회사 연구팀이 매장을 찾아와 논알코올 음료를 구매해가기도 했다. 그렇다고 당장 ‘무알코올 소주’가 나올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는 이것을 시장 변화의 신호라고 본다. “대기업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건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임산부, 운동을 즐기는 사람, 건강 문제로 술을 끊은 직장인 등이다. 과음으로 점철된 회식 문화가 사라지고 있듯이 식문화도 조금씩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의 “어마어마했던 매출”은 긍정적인 신호였다. 그는 한 고객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담낭 수술을 받아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된 젊은 직장인 여성이 논알코올 와인을 구매한 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즐기는 사진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그분이 ‘오랜만에 가족들과 같은 잔을 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논알코올 음료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이 대표는 논알코올 드링크의 역할을 “술을 대신하는 음료가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료”로 정의한다. 아직은 작은 시장이지만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거라고 확신하는 근거다. “제로 탄산음료도 처음에는 마이너 시장이었잖아요. 지금은 거의 모든 브랜드가 제로 제품을 만들죠. 논알코올도 같은 길을 갈 겁니다.”
■제라, 샤르도네 스파클링
알코올 함량 0.00% 무알코올 / 스파클링 화이트 와인 / 원산지: 프랑스
당도 2/5 · 산도 3/5 · 바디감 3/5
“제라(Zera)의 무알코올 3종은 프랑스 유기농 포도로 만들어지고, 삼투압 공법으로 알코올을 완전히 제거했어요. 임산부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무알콜 와인이죠. 이 제품은 사과, 복숭아, 오렌지 꿀의 부드러운 향이 퍼지고, 은은한 바닐라 뉘앙스가 피니시를 부드럽게 감싸줍니다. 풍부한 버블과 청량한 마무리감도 인상적이에요.”
■노블 트러스 크랜베리 로제 스파클링
알코올 함량 0.00% 무알코올 / 스파클링 티 / 원산지: 홍콩
당도 3/5 · 산도 2/5 · 바디감 2/5
“홍콩에서 시작된 마인드풀 스파크스는 티 문화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며, 세계 미슐랭 키친과 협업 중입니다. 브랜드의 그랜드 프레스티지 라인은 Layer 6 Extraction 공법을 통해 차의 아로마와 컬러, 텍스처까지 정밀하게 끌어올렸어요. 프랑스산 로즈, 크랜베리, 히비스커스가 어우러져 우아한 핑크빛 컬러 속에 균형 잡힌 산미와 은은한 과일 향을 담아냈습니다. 디카페인으로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요.”
■캘리 로제 스파클러
알코올 함량 0.00% 무알코올 / 스파클링 로제 와인 / 원산지: 미국
당도 2/5 · 산도 3.5/5 · 바디감 4/5
“캘리(Kally)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유기농 논알콜 와인 브랜드로, 과일과 허브, 산미를 섬세하게 조합해 새로운 스타일의 드링크를 만듭니다. 잘 익은 딸기와 체리의 풍성한 과일 향이 톡톡 튀는 거품과 어우러지고, 히비스커스와 카모마일이 은은한 깊이를 더해요. 산뜻한 미세한 탄산과 드라이한 피니시가 매력적인, 100% 유기농 원료로 만든 로제 스타일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가벼운 식사부터 간단한 과일까지, 어떤 순간에도 잘 어울리는 한 병이에요.”
자동차 부품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방산업인 완성차 업계가 미래 성장 전략을 전동화와 내연기관차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부품업체들도 덩달아 헤매는 모습이다. 중동전쟁이라는 악재까지 터져 비용 상승 압박이 거세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 완성차 제조사들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형국이다.
자동차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29일 “수익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추세”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해외 생산을 늘리면서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데다, 장기거래 관행에서 벗어나 단가 인하 경쟁을 유도한 후 새로운 계약을 맺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차, 2차, 3차 협력사로 내려갈수록 사정은 더 열악하다. 업계에서 “완성차가 기침하면 부품업체들은 몸살을 앓는다”는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부품업체들은 당면한 복합위기를 헤쳐가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생활공간으로 진화하는 흐름에 발맞춰 시트 성능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트랜시스 주력 사업은 변속기와 시트다. 매출 비중은 각각 60%와 40%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여서 현대차와 기아라는 탄탄한 납품처가 안정적으로 버티고 있어 상황이 다소 나은 편이지만, 회사의 한 축인 다단 변속기(엔진 힘을 상황에 맞게 바퀴로 전달하는 장치)가 언젠가 도래할 전기차 시대엔 축소되거나 사라질 부품이라는 점에서 마냥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잇단 악재에 수익 쪼그라들어도‘납품 끊길라’ 완성차 눈치보기만1차·2차·3차 협력사 사정 더 열악
시트 성능 고도화·감속기 전환로봇 분야까지 사업 넓히는 등전기차 시대 자구책 마련 안간힘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으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면서 일정 부분 시간을 벌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존 내연기관 변속기 중심 사업을 전기차용 감속기로 전환하는 한편 자율주행 시대에 중요성이 커지는 시트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새 차 냄새를 유발하는 시트의 화학성분과 유해물질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현대트랜시스는 2030년까지 시트 화학섬유를 천연섬유로 30%까지 대체할 원단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국제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천연 추출 소재와 재활용 소재 등을 사용해 시트를 제작하는 자연 친화 기술 개발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시트 납품처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 사업 부문에서 자산 기반 경쟁력 강화와 비계열 사업 확대라는 전략 방향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며 중국 현지 완성차 업체와 전략적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현재 전기차를 넘어 로봇·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자율주행·미래항공교통(AAM)·드론 등을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한 자동차 공장을 이스라엘 미사일 방공체계 ‘아이언돔’ 구성 요소들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스와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라파엘은 아이언돔을 생산하는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다. 양사의 이번 협력은 중국과의 경쟁 심화와 전기차 전환 지연으로 수익성이 급감한 독일 자동차 산업이 호황을 맞고 있는 방위산업과의 협업을 모색하는 가장 대표적 사례라고 FT는 분석했다.
이들을 고객사로 둔 부품업체들도 급물살에 올라타고 있다.
차량 구동 부품 생산업체 서진오토모티브는 로봇 하드웨어와 구동부·센서 제조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2차전지 부품·소재 분야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종전에 정밀 부품을 만들면서 쌓았던 제작 능력을 자동차에만 쏟지 않고 로봇 분야로 돌리겠다는 취지다.
자동차 모터 부품과 플라스틱 사출 제품을 생산하는 유니테크노도 로봇 장치용 부품 제작과 연구·개발(R&D) 업무를 신규 사업 목록에 올리고 물류 공장 등에 투입되는 자율 이동로봇의 액추에이터(관절) 분야 등으로 영토 확장을 시도 중이다.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부품업체들이 로봇으로까지 발을 뻗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급류에 밀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다.
현실은 첩첩산중이다. 하루아침에 체질을 개선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영세한 규모의 자동차 부품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최근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에서도 이런 상황은 여실히 드러났다. 사고 업체는 현대차·기아의 안전밸브 핵심 공급사(1차 협력사)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지만 실내에 유증기가 떠다니는 등 작업 환경은 열악했다. 천장 덕트에 기름때가 잔뜩 끼어 있을 정도로 화재 위험에도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었다.
자동차 부품 공장 작업자들은 “납품 기한에 맞춰 작업하려면 낡은 시설 문제를 발견해도 공정을 멈추고 대대적인 정비에 착수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토로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전쟁 발발에 따른 에틸렌 공급 차질은 자동차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예고하고 있다. 에틸렌을 중합해 만든 다양한 플라스틱과 합성고무(폴리머)는 자동차 내외장재 전반에 핵심 소재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은 “국내 부품업체들은 전동화 시대를 이끌 R&D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대차그룹이 핵심 인력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것도 모자라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들까지 고급 인재 채용에 가세하면서 부품업계의 앞날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택성 이사장은 “해외에서는 국가별로 전동화 정책 흐름이 다르게 나타나고, 국내에서는 중동전쟁 장기화 우려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과 소비 둔화 우려에, 화재 사고까지 터져 그야말로 동시다발 악재가 겹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안전한 작업 환경 구축은 물론이고 사업 다각화와 미래차 전환에 이르기까지 당면 과제를 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업계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전폭적인 관심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관세에, 이민자 추방에, 그것도 모자라 전쟁까지…. 노 킹스 시위가 열릴 때마다 분노가 더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세 번째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또다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워싱턴·뉴욕·미니애폴리스 등 미 전역과 해외 주요 도시 등 3200여 곳에서 열린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약 800만명의 시민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해 6월과 10월에 열린 1·2차 노 킹스 시위에는 각각 500만명과 700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실제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 집결지로 향하는 지하철은 집회에 참석하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한 대를 그냥 보내야 할 정도였다. 시위가 거듭될 때마다 규모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참석자들이 집에서 만들어 오는 손팻말에 담긴 요구사항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무차별 단속을 비판하는 ‘NO ICE’(아이스 반대) ‘NO CROWN’(왕관은 없다)이란 문구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면 이번에는 거기에 더해 ‘NO WAR’(전쟁 반대) ‘NO BOMB’(폭탄 반대)이 추가됐다.
‘파시즘에 반대하는 참전용사’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던 스콧 오클리(74)는 “참전용사로서 오늘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애국적인 의무”라면서 “나는 냉전 시기 파시즘에 맞서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며 서독에서 복무했다. 오늘 시위도 파시즘과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 전역을 휩쓴 반전 시위를 군인의 신분으로 지켜봐야 했던 기억을 떠올린 그는 “비슷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정부는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클리는 “파시즘에 맞서 싸운 수많은 참전용사의 희생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이 창설되고, 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제 질서가 만들어졌다. 그 덕분에 전쟁에 의존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그 희망적인 시대를 저버리고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위에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손팻말을 들고 참석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버즈라는 이름의 한 남성은 “나는 우크라이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그들을 지지하기 위해 왔다”면서 “이란 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돕는 전쟁이다.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정부에 반대하지만, 전쟁은 해결방법이 아니다. 애초에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킹스 시위가 거듭될수록 나의 분노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케네디 센터에 마음대로 자기 이름을 붙이고, 동맹을 배반하고 관세를 부과하고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모두를 소외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벳이라는 이름의 여성은 여러 차례의 노 킹스 시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계속되는 데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지치지 않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에서 열린 노 킹스 시위에도 수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곳은 지난 1월 ICE의 이민 단속 중 르네 굿과 알렉스 프레티 등 미국인 2명이 총격을 받아 숨진 곳으로,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저항의 중심이 됐다. 배우 제인 폰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무소속) 등이 미니애폴리스를 찾았고, 굿과 프레티 추모곡인 ‘미니애폴리스의 거리’를 만든 싱어송라이터이자 사회운동가인 브루스 스프링스틴, 조앤 바에즈 등이 공연을 했다.
재집권 후 최저인 36% 지지율이라는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열린 이 날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주최 측은 아이다호, 와이오밍, 몬태나, 유타 등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에서 시위 참여를 등록한 이들의 숫자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날 집회를 평가절하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실제 대중의 지지는 거의 없는 “좌파 자금 지원 네트워크”의 산물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대이란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가 지난 13~18일 성인 3851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35세 이상 응답자의 70% 이상은 트럼프 대통령을 믿는다고 답했지만, 35세 미만 응답자에서는 그 비율이 49%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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