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강의 극단 정치가 부추긴 ‘중국 혐오’… “국익이 최고” 협력 목소리도[마가와 굴기 넘어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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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민종 작성일26-01-26 10:07 조회139회 댓글0건본문
최근 경향신문이 ‘중국 관련 기사’(제목에 ‘중국’ 키워드가 1개 이상인 기사)에 달린 댓글 약 34만건을 분석해보니,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댓글의 절반이 반중·혐중으로 드러났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이후 중국 관련 기사의 댓글에 표출된 혐중 정서는 국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혐중 정서가 고조되자 이를 경계하는 ‘반(反)혐중’ 정서도 확인됐다. 반혐중 정서는 정부의 대중국 외교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적 입장, 한국의 경제·외교적 이익을 도모하는 실리적 입장, 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을 비판하는 윤리적 입장 등에 의해 표출됐다.
이번 댓글 분석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에서 중국 관련 기사가 많았던 4개 시기별로 오픈AI가 제공하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중 GPT-5.1 모델을 이용해 댓글을 ‘반중’ ‘혐중’ ‘반혐중’으로 분류해 진행했다. 인공지능(AI) 도구인 구글 노트북LM을 이용해 댓글의 질적 분석도 했다.
별도로 댓글의 형태소를 분석해 많이 쓰인 단어와 연관어(유사한 맥락에서 함께 쓰였을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추출했다.
‘시기 1’은 2022년 2월8~9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개회식에서 조선족이 한복을 입고 등장하고 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이 있던 때, ‘시기 2’는 2024년 12월1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이후 4차 담화에서 ‘중국’을 언급한 이후다.
‘시기 3’은 지난해 9월29일 중국인 무비자 관광 허용 즈음, ‘시기 4’는 지난해 10월2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이다.
특히 시기 2부터 국내 혐중 정서가 도드라졌다고 보고, 이전 혐중 정서와 비교하기 위해 시기 1을 비교 대상으로 설정했다. 댓글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시기 1을 제외하고 각각 한 달을 분석기간으로 잡았다.
중국 정부 및 정책 등에 대한 이성적인 측면에서의 반감 및 거부감 등을 표현한 경우 ‘반중’ 댓글로 분류했다. 중국, 중국인, 화교, 조선족을 아우르는 ‘중국적인 것’에 대한 적대감, 비하, 혐오 표현 등은 ‘혐중’ 댓글로 봤다. 중국과의 관계를 실용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등 혐중 정서를 경계하는 댓글은 ‘반혐중’으로 분류했다.
시기 1의 중국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전체 13만1677건) 중에서 반중은 18.8%, 혐중 31.6%, 반혐중은 1.0%로 분류됐다. 시기 2의 댓글(7만4815건)에서 반중은 6.0%, 혐중 9.6%, 반혐중은 1.3%였다. 시기 3의 댓글(7만9269건) 중에서 반중 8.9%, 혐중 24.5%, 반혐중 6.2%였다. 시기 4의 댓글(5만4184건) 중 반중 13.8%, 혐중 17.3%, 반혐중 3.6%로 나타났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른바 ‘한복공정’ 및 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은 대중의 공분을 일으켜 댓글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시기 1 댓글의 50.4%가 반중·혐중 내용이었다.
시기 3·4에서는 반혐중 댓글 비중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정치적 이슈가 있던 때로 이재명 정부에 대한 정치적 지지, 경제·외교 측면의 실리적 관점, 국내 혐오 정서 상승에 경계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기별로 중국 관련 기사 댓글들에서 어떤 단어가 많이 등장했는지 형태소 분석도 해봤다.
시기 1에서는 중국, 올림픽, 나라, 한국, 선수, 짱깨, 말, 중국인, 사람, 국민, 때, 대한민국, 민주당, 우리나라, 금메달, 돈, 조선족, 짱, 친중, 경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가 대항전인 동계올림픽 성격상 민족주의 성향의 댓글이 많이 보인다. “쇼트 전부 철수해요. 뭐하러 중국 들러리 서줍니까.”(2022년 2월8일, kyng***), “중국은 천년이 아니라 반만년의 적”(2022년 2월8일, neok***) 등 중국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다.
또한 이 시기 ‘중국’과 어떤 단어를 많이 연결해 사용했는지 연관어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문화와 민족, 역사, 일본, 한국, 미국, 조선족, 한복, 경제 등의 순으로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를 문화대국이라 칭하는데 아무도 인정하지 않으니 남의 것을 자기 것이라 우기는 것”(2022년 2월8일, ucap***) 등 관련 댓글에서 한복이나 김치와 같은 한국 문화를 중국에 편입시키려 한다는 의심과 불만이 주를 이룬다. ‘짱개’와 ‘짱-’이란 중국인을 비하하는 멸칭도 많이 쓰였다.
시기 1이 ‘중국발 요인’이 있던 시기라면 시기 2부터는 국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은 시기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후 4차 담화에서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 사건” 등을 예로 들면서, 간첩죄를 수정하려 했으나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이 가로막아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 댓글에서 많이 쓰인 단어는 중국, 국민, 중국인, 나라, 간첩, 민주당, 사람, 극우, 탄핵, 말, 대통령, 선거, 대한민국, 내란, 부정, 정신, 윤석열, 기자, 언론, 인간 등의 순이다. “중국 간첩 많아”(2024년 12월12일, band***), “선관위 이미 다 들통났어. 부정선거 부정부패. 너희가 탄핵 대상이야”(2024년 12월12일, ddea****) 등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듯한 댓글이 많이 달렸다.
‘기자’와 ‘언론’ 등을 언급한 댓글이 많은 것은 가짜뉴스 진위를 가리는 기성 언론 보도를 믿지 않으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시기 2를 기점으로 오프라인에서 정치권 및 보수 시민사회에서 중국·중국인과 관련해 ‘부정선거 개입’ ‘화교 의대 특혜 입학’ ‘건강보험 부당 혜택’ 등 가짜뉴스 기반 선동이 이어졌다. 이를 토대로 혐중 정서가 커지더니 혐중 시위, 노차이니즈 존 등 물리적 공간에서 중국 혐오가 표출됐다.
8개월여 부풀어난 혐중 정서는 시기 3에 반영됐다. 반중, 혐중, 반혐중 댓글 비중만 봤을 때 시기 2 댓글에서 반중이 35.5%, 혐중이 56.7%였으나, 시기 3에서는 반중이 22.4%로 줄고 혐중이 61.9%로 늘었다.
‘짱깨’나 ‘짱꼴라’를 비롯해 ‘화·짱·조’(화교·짱개·조선족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멸칭) 등 중국인·조선족·화교 등에 대한 멸칭을 사용하거나, 이들을 집단적으로 벌레나 병균 등에 비유하거나, ‘박멸해야 한다’는 등의 폭력적인 표현을 수반한 댓글이 빈번하게 확인된다. 인종주의적 표현이 노골적으로 분출된 것이다.
시기 3 댓글에서는 중국에 대한 반감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 및 정부·여당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같이 드러냈다. 많이 쓰인 단어는 중국, 중국인, 나라, 무비자, 국민, 극우, 시위, 한국, 사람, 입국, 대한민국, 때, 반중, 미국, 말, 국가, 일본, 돈, 우리나라, 정부 등의 순이다.
중국인 무비자 관광 조치를 앞두고 있었는데, “중국인 많은 곳에 위생 개념도 없고 목소리도 크고 너무 지저분해요”(2025년 9월7일, sunm****) 등 일부 중국인의 민폐 행동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댓글이 달렸다.
APEC 정상회의 이후인 시기 4 댓글에서 많이 쓰인 단어는 중국, 나라, 중국인, 국민, 한국, 민주당, 대한민국, 때, 일본, 사람, 이재명, 국가, 말, 미국, 대통령, 시진핑, 우리나라, 극우, 인간, 법 등이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혐중 시위를 법률로써 제재하자는 논의가 여당발로 시작되자 이에 대한 불만이 드러났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대한민국 국민을 버리고 중국과 조선족 편을 들기 시작했다”(2025년 11월7일, smil***) 등이 그 예다.
최근 국회미래연구원(지난해 8~9월), 동아시아연구원(지난해 6월) 등의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인 10명 중 6~7명은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기 1·3·4의 댓글에 공통적으로 ‘때’가 많이 등장한다. ‘때’의 관계어(같이 많이 쓰인 단어)를 분석해보면 ‘임진왜란’ ‘중공군’ ‘6·25’ ‘전쟁’ ‘코로나’ 등이 뽑힌다. 중국과의 오랜 역사 속에 쌓인 부정적 감정들이 중국 관련 뉴스가 보도되면 연상작용으로 함께 드러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혐중 정서가 쉽게 해소하기 어려울 만큼 자리 잡았다고 진단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혐중 정서의 등장은 혐중 정서가 한국 사회에서 적극 대응해야 할 문제임을 시사한다.
시기 1·2 시기 반혐중 댓글은 각각 1.0%, 1.3%에 그쳤으나, 이재명 정부로 바뀐 시기 3·4에는 각각 6.2%, 3.6%로 늘었다.
반혐중 댓글을 살펴보면, 시기 3·4일 때 물리적 공간에서 가시화한 ‘혐중 시위’를 두고 ‘폭력’ 및 ‘인종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집단적 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폭력”(2025년 9월2일, keil****), “인종차별은 중범죄”(2025년 9월10일, kdhu****), “특정국가나 국민·민족·계층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는 언어, 물리적 폭력을 금지하는 법률이 시급하다”(2025년 9월2일, jghy****), “일본에서는 극우파들이 한국인이 싫다고 혐한 시위를 하는데 우리나라 극우들은 혐중 시위를 하네”(2025년 9월2일, 1425****) 등이다.
혐중 시위가 “나라 망신이다” 등 국격을 훼손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얼마나 많은데 그 사람들의 안전은 상관없는 것인가”(2025년 9월2일, bspa****) 등 재중 한국인의 안전을 생각할 때 혐중 시위가 이기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중국인 무비자 관광의 경제적 효과를 근거로 혐중 표현을 자제해야 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관광산업은 무공해 산업이다.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삽시다”(2025년 9월19일, nam****), “(자영업자에 대한) 업무방해”(2025년 9월19일, amwa****) 등의 의견이 있었다.
시기 4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향후 양국 간 경제협력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안보동맹은 미국일지라도, 경제는 중국이다. 1992~2024년 대중국 무역 흑자가 얼마일까. 2023년부터 적자가 됐다. 다시 무역 흑자로 돈 벌어야 한다”(2025년 11월1일, kasm****) 등의 댓글이 대표적이다. “한한령 풀리면 우리나라에 이득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이제 관광산업으로 내수경기도 풀 수 있다”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내수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시기 4 댓글에서 많이 쓰인 단어인 ‘중국’과 관련한 연관어 분석을 해봐도, ‘한한령’이나 ‘경제’ ‘수출’ 등의 단어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반중·혐중, 반혐중 댓글은 양쪽으로 쪼개진 국내 정치 지형도 드러낸다. 시기 1·2·4 댓글에서 ‘민주당’이 많이 등장한다. ‘민주당’의 관계어를 분석해보면 ‘친중 정권’ ‘중국몽’ ‘좌파’ ‘민주당 지지자’ 등으로 가지치기를 한다. 현 정부·여당을 지지하느냐 혹은 정치적으로 그 반대 진영이냐에 따라 반중·혐중, 또는 반혐중의 정서도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 관련 뉴스 댓글을 살펴보면 정치적 입장에 따라 중국이나 대중 정책 또한 지지·비판하는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포털 뉴스뿐만 아니라 유튜브 쇼츠를 통해 중국 관련 뉴스를 많이 보는데 뉴스 소비자들이 콘텐츠 선택부터 댓글 내용까지 국내 정치랑 관여가 많이 돼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이같이 반혐중 정서는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의식, 경제·외교 실리적 관점, 정치적 입장 등 여러 시각에서 등장했다. 이 중에서 급변하는 국제관계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적하는 댓글을 주목할 만하다. 반혐중 댓글 일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상황을 견지하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국과 중국 중 한 나라만 선택해야 하는 듯한 사회 양극화가 극에 달해 참 답답합니다. 분명 두 나라 모두 득과 실이 있습니다”(2025년 11월6일, Kss0****), “중국이나 미국이나 똑같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득을 많이 주는 게 최고입니다. 미국, 중국 걱정을 왜 하고 욕을 왜 하나요? 우리한테 최대한 이익이 남아야 국민들도 편합니다”(2025년 9월30일, astu****) 등이 그 사례다.
‘꿈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계열 비만치료제 10개 중 7개가 수도권에 공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내에서도 종로구, 강남구 등 일부 지역에 공급이 치중되고 있어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비만치료제 공급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급, 의원급, 약국 등 요양기관에 공급된 GLP-1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91만3907개로 집계됐다.
양대 비만치료제 중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72만1728개로 79.0%를 차지했다.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19만2179개로 26.6%였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처방점검 완료건수 기준과는 격차가 컸다. DUR 처방점검 완료건수 중 마운자로와 위고비 비중은 각각 54.9%(9만7344건)와 45.1%(7만9823건)였다. 최근 출시된 마운자로 인기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비만치료제는 수도권에 가장 많이 공급됐다. 전체 대비 수도권 비중이 65.8%(60만1385개)였고, 이 중 서울은 31만5514개로 34.5%, 경기도는 23만7257개로 26.0%에 달했다. 인천의 공급 비중은 5.3%(4만8614개)였다.
그 외 지역에서 부산(5.9%·5만4294개)과 대구(4.0%·3만6609개)를 제외하면 모두 비중이 3% 이하였다. 제주는 0.8%, 세종은 0.4%에 불과했고 강원, 경북, 울산, 전남, 충북은 1%대였다.
서울 내에서도 자치구별로 공급 편차가 컸다. 대형병원·약국이 많아 ‘비만치료제 성지’라고 불리는 종로구가 26.8%로 공급 비중이 가장 컸다. 강남구(16.5%), 서초구(6.6%), 송파구와 강서구(각 5.3%)가 뒤를 이었다. 도봉구(0.5%), 서대문구와 성북구(각 0.9%)는 1%를 밑돌았다.
지역별 공급량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우선적으로 공급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서 의원은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비만치료제에 대한 특정 지역 공급 쏠림 현상은 소비자의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한 가격 왜곡이나 시장 질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헌팅턴.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이자 예언자’라 일컬어지는 시인 월트 휘트먼의 생가를 찾았다. 기념관은 스산한 겨울 날씨 탓인지 쓸쓸했지만, 시인의 아버지가 직접 지었다는 집 안으로 들어서자 160년 전 그가 마주했던 시대의 고뇌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남북전쟁이라는 미증유의 비극 속에서, 그는 어떻게 적과 아군이라는 선명한 분열을 넘어 모든 생명의 존귀함을 노래할 수 있었을까.
휘트먼의 시학은 관념이 아닌 처절한 ‘현장’에서 잉태되었다. 전쟁 중 동생의 부상 소식을 접하고 달려간 워싱턴의 군 병원은 찢기고 부러진 몸들이 내뿜는 신음으로 가득한 거대한 공동묘지이자 전시장 같았다. 시인은 그곳에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원봉사자로 머물며 8만여명의 부상병을 만났다. 그는 단순히 물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들의 차가워진 손을 밤새 잡아주며 고향 가족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정성껏 대필했다. 그는 자신을 그들의 절망을 기록하는 ‘살아 있는 노트’로 정의했다. 고통받는 이들 곁을 지키는 것은 그에게 선택이 아닌 존재론적 의무였으며, 그 헌신적인 시간은 훗날 그의 시 세계의 바탕이 되었다.
호텔로 돌아와 그의 시집 <풀잎들>을 다시 펼쳤다. 그는 대표작 ‘나 자신의 노래’에서 “내게 속한 모든 원자는 그대로 당신에게도 속해 있다”고 노래한다.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는 통찰이다. 그렇기에 그는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자는 곧 나를 깎아내리는 것이며, 행해진 말과 행동은 마침내 모두 나에게로 되돌아온다”고 경고한다. 내가 던진 혐오의 언어가 결국 나 자신의 존엄을 훼손하는 부메랑이 된다는 이 일갈은, 타자에 대한 배제와 선동이 일상이 된 우리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물건은 물론 사람조차 효율과 쓸모에 따라 소모품으로 전락했다. 사소한 차이를 빌미로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류의 오랜 꿈인 평화는 아득히 멀어진다. 플라톤의 <국가>에서 트라시마코스는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현실을 한탄하며 “정의란 강자의 이익일 뿐”이라고 냉소했다. 강자가 정의를 독점하고 대의를 명분으로 개인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오늘날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에서도 변함없이 반복된다. 각자의 확증편향에 갇혀 상대를 괴물로 규정하는 이 차가운 기계적 정의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휘트먼을 다시 호명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고통을 “내가 갈아입는 옷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며 고통받는 타자와 자신을 일치시킨다. “나는 상처 입은 이에게 그의 아픔을 묻지 않는다. 대신, 내가 그 상처 입은 사람이 된다.” 이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응답이자 적극적인 자기 비움이다. 민주주의는 고통 앞에서 무너지는 한 인간의 존엄을 조건 없이 껴안는 ‘몸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정치적 신념이나 진영 논리보다 찢어진 살점과 신음에 먼저 주목했던 시인의 눈길은 오늘날 우리에게 준엄한 가르침을 준다.
휘트먼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적군 병사를 응시하며, 그가 남부군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그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조차 아끼지 않을 듯한 절절한 연민을 기록했다. 시 ‘화해’에서 그는 “나의 적은 죽었다-나와 같은 신적인 인간 하나가 죽었다”고 노래하며 원수의 얼굴에 입을 맞춘다. 살아 있는 동안 서로의 얼굴에서 신성을 발견하는 것.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 없이는 불가능한 행위다.
휘트먼이 찬미했던 ‘풀잎’은 보편적 인류애의 상징이다. 풀은 평온한 들판에도,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도 차별 없이 싹을 틔운다. 죽은 자의 몸을 거름 삼아 다시 피어나는 풀잎처럼,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은 힘 있는 자의 의기양양한 승전가가 아니라, 쓰러진 자들을 보듬고 낮은 곳에서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는 ‘낮은 연대’ 속에서만 비로소 싹트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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