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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소년범죄변호사 [위근우의 리플레이]'유퀴즈'도 인정한 영화 상단 자막 센스, 오늘은 또 어떤 ‘드립’이 기다리고 있을까 >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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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소년범죄변호사 [위근우의 리플레이]'유퀴즈'도 인정한 영화 상단 자막 센스, 오늘은 또 어떤 ‘드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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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민종 작성일26-02-21 20:11 조회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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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소년범죄변호사 늦잠을 자고 일어난 지난주 일요일 점심. 관성처럼 거실에 앉아 TV를 켜자 케이블 영화채널에선 이경규가 제작한 영화 <전국 노래자랑>이 방영 중이었다. 뭔가 음치 캐릭터를 연기 중인 듯한 고 김수미 배우를 멍하니 보다 잠시 시선을 위로 돌렸다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화면 우측 상단 영화 제목 위엔 다음과 같은 소개 자막이 있었다. ‘9번인 줄 알고 오신 분들 대환영’.
한국에서 일요일 낮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타이틀이 지닌 맥락을 아는 이라면 누구든 미소 지을 법한 좋은 농담. 마침 지난 4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 영화채널 OCN 영화 소개 자막으로 유명해진 편성 담당자 이효원 씨가 화제의 인물로 출연하기도 했지만, 평범한 영화 소개와 다른 유머러스한 자막의 존재에 대해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응원하는 중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이거 참신하다 싶은 자막을 보면 사진으로 남기거나 기억해두는 편인데, 가령 얼마 전 <매트릭스>에는 ‘빠빠빠 빨간약 궁금해 허니’라는 자막이, 톰 크루즈의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외벽 등반 장면으로 유명한 <미션 임파서블 4>에는 ‘두바이엔 두쫀쿠가 없다는 걸 몰랐던 톰 크루즈의 부르즈 할리파 액션’이란 자막이 달렸다. 모든 자막을 다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여태 본 중 최고의 걸작으로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 소개 자막을 꼽고 싶다. ‘에스파 이전에 브루스 윌리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자막을 볼 때마다 즐거운 건, 유머 감각이 항상 탁월해서는 아니다. 언제나 ‘학생들이 실수로 많이 검색하는 영화’ <듄> 같은 최상의 멘트가 나올 수는 없다. 노력했지만 인상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고, 개인 취향 때문에 유행하는 온라인 밈(meme) 활용엔 좀 시큰둥한 편이다. 그럼에도 담당자들이 뭔가를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항상 보는 재미가 있다. 별 생각도 기대도 없이 채널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와중에 누군가 공격적이지 않은 농담을 갑자기 훅 던지며 일상에 아주 작고 유쾌한 파문을 일으키는 그런 재미. 이 농담은 말하자면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받은 작은 선물에 가깝다.
<유퀴즈>에 출연한 이효원 편성 담당자는 “비슷한 업무 패턴 중에 저의 일을 재밌게 하려던 것 뿐”이라고 했다. 어쩌면 그런 마음이 상단 자막이 시청자들에게 통한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본인이 재밌어서 하는 일일수록 창의력이 발휘되어서만은 아니다. 편성 담당자에게 유머러스한 상단 자막 작업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다. 케이블 채널 영화 소개 자막이 천편일률적이라고 화낼 시청자는 없다. 공을 들인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가기도 십상이다. 첫 ‘드립’을 시도한 <소림축구> 자막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스널 FC 선수들의 이름을 넣으며 이효원 씨 역시 ‘아무도 안 보겠지?’라고 생각했다. 주목받지 못할 걸 알고도 그냥 해보는 마음. 뒤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주는 마음. 기브 앤드 테이크의 맥락에서 벗어난 어떤 열정은 바로 그 이유로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이 경험이 기분 좋은 건, 웃음 이전에 상냥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누가 볼지 안 볼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연히 보게 될 당신이 웃으면 좋겠다는 그런 상냥함을 상상하며 피식 피식 웃게 되는 것이다. 잠이 덜 깬 일요일 낮, <전국 노래자랑> 소개 자막으로 하루의 시작이 상쾌해지는 것처럼.
케이블 영화 상단 자막 외에도 도파민을 자극할 유머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그 자막들이 주는 상냥한 웃음의 경험은 웃음의 강도와 별개로 고유한 의미를 갖는다. 당장 웃음을 목적으로 TV나 OTT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찾거나 숏츠를 둘러볼 때, 나의 마음은 철저히 소비자 입장이 된다. 판매자가 웃기려고 만들었다면 콘텐츠 소비자인 나에게 웃음을 줘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 내가 손해라는 그런 입장. 웃기지 않았다고 블랙컨슈머가 되어 별점 테러를 하진 않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을을 대하는 갑의 눈은 곱지 않기 마련이다. 심지어 콘텐츠가 웃길 때조차도 마치 맡겨놓은 웃음을 받아 가듯 당연하게 여긴다. 딱히 고마움은 없다. 나의 OTT 구독료가, TV 프로그램 사이 건강기능식품 광고를 견디는 시간이, 내가 그들에게 지불하는 재화이며 소비자로서 온당 누릴 권리와 지위를 보증한다 믿으므로. 소비자 정체성에 익숙해지는 게 문제인 건, 비정한 갑질을 해서만은 아니다.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과 감각 어딘가가 조금씩 망가지기에 문제인 것이다. 그러다 영화 채널에서 뜬금없이 웃기는 소개 자막을 보면 ‘손님은 왕’ 모드에 균열이 생긴다. 그냥 영화를 편성하기만 하면 되는 채널에서, 소비자로서 딱 그만큼만 기대했던 자리에서, 갑자기 누군가 찡긋 웃으며 ‘서프라이즈’를 외치며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준 셈이다. 왜? 굳이? 시키지도 않은 걸? 그 잉여의 당혹스러움이 구매라는 행위로 환원될 수 없는 콘텐츠 생산자와 나 사이의 관계와 경험의 맥락을 회복시켜준다.
OCN 영화 상단 자막의 느슨한 팬 중 하나로서, 이효원 씨의 <유퀴즈> 출연이 반가웠던 건 그래서다. 궁금했던 인물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그와 그의 동료들이 선물해 준 일상 속 뜻밖의 즐거움에 대한 시청자의 고마움과 관심이 <유퀴즈> 섭외라는 역시 뜻밖의 선물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전해지길 바라서다. 다행히 그도 덕분에 리프레쉬 되었다고 밝혔다. 뭔가를 만들어주는 것, 또한 그걸 재밌게 봐주는 것 모두 서로에게 감사한 일이다. 소비자-판매자 관계에만 익숙해지면 경험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 감정을 바탕으로, 영화채널이니까 당연하게 여겼던 영화 편성이라는 작업에 담당자들이 어떤 정성과 고민을 들이는지 이해하고 더는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된 것도 이번 <유퀴즈>의 성취라 할 수 있겠다. 적어도 앞으로 또 마동석 영화냐고 툴툴댈 일은 줄어들 것 같다. 조금만 관심을 두고 둘러보면 고마워할 일은 많고, 고마움에 대한 고마움은 순환한다.
그러니 담당자의 방송 출연으로 유명세를 탔다고 앞으로의 상단 자막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연한 것은 없으며, 조금도 당연하지 않은 서로에 대한 호의를 통해서만 우리는 소비자-판매자 구도에서 벗어나 대상과 온전히 관계 맺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담당자들 역시 시청자의 기대감 때문에 너무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마움이 순환하듯, 부담감도 순환한다. 선물이란 그래선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웃음의 강도보다, 준비하는 그 마음이 더 소중하므로. 물론 예외는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아스널 FC 우승이 가까워진 이번 시즌 혹 22년 만의 리그 우승을 했을 때 어떤 영화에 어떤 멘트로 팬으로서의 사심을 드러낼지 기대 가득 지켜보고 있다.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프리키 프라이데이 2>, 22년 만의 속편이다.
[주간경향]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지난 1월 30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4-1부(박혜선·오영상·임종효)는 약 1시간에 걸쳐 선고문을 낭독하면서 ‘신뢰’라는 단어를 9번 언급했다. 전부 무죄였던 1심이 2심에서 유죄로 바뀐 것은 2심 재판부가 ‘과연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재판을 신뢰할 수 있는지’를 세세히 따졌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재판 개입을 시도했더라도 그 대상이 된 법관 입장에서 영향을 안 받았다면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재판부는 이를 반박했다.
재판부는 먼저 시민의 신뢰가 없으면 법원과 재판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짚었다.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가 유지되기 어렵고, 신뢰받지 못하는 재판은 재판의 존립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사법행정권자의 재판 개입이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도 ‘신뢰’가 등장했다. 재판부는 “재판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외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사법행정권자의 관여로 인해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초래되고 신뢰받지 못하는 결과에 이르는 경우 법관의 정당한 재판권 행사는 현실적으로 방해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377쪽 분량의 2심 판결문 전문을 보면, 재판부는 여러 군데서 “일반인의 입장”을 언급한다. 재판은 법원, 법관만의 것이 아니고 법원 바깥의 일반 시민이 봤을 때도 공정해야 한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 그 결과 양 전 대법원장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017년 3월 사법농단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9년 만에 나온 2심 결론이다. 법원 안팎에선 재판의 본질을 재확인하고, 잘못된 재판 개입에 책임을 묻는 법리 해석으로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2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재판 개입은 단 2건이다. 나머지 45개 혐의는 이번에도 무죄였다.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재판부는 법원행정처 간부들이 여러 차례 재판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몰랐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법원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법관을 격오지로 인사발령을 냈는데도 “대법원장 인사권에는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며 책임을 면해줬다.
2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2건은 모두 법원행정처 간부가 직접적으로 재판에 개입한 경우다. 하나는 2016년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행정소송을 심리하던 판사(이동원 전 대법관)를 만나 문건을 준 건이다. 문건에는 ‘의원직 상실에 관한 판단 권한이 법원에 있다’ 등 재판 쟁점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입장과 논거들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2015년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 결정을 한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결정을 취소하라고 이야기한 건이다. 실제 해당 판사가 결정을 취소하고 재결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렇게 구체적인 사실관계에다가 이 재판부 나름의 직권남용죄 법리를 적용했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일단 직권(일반적 직무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1심은 사법행정권자에게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란 없기 때문에 그 권한을 남용한 죄로 처벌할 수도 없다는 논리를 댔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형식적·외형적으로 사법행정권 행사의 모습을 갖췄다면 직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에게 사법행정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 제공, 협조를 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재판 개입이라면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죄 2건은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관계도 인정됐다. “재판부에 설명자료 전달” 등의 문구가 적시된 자료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됐고, 법원행정처장 주재 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진 사실도 인정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 밖의 여러 재판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 선에서 이뤄졌고,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인 게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을 검토시킨 행위다. 심의관이 쓴 보고서엔 “재항고 인용은 양측(청와대와 대법원)에 모두 이득이 될 것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재판부는 “재판을 대법원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은 재판 독립과 국민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등을 위반한다”고 했다. 보고서 내용이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재판을 수단으로 삼는 발상을 공문서로 작성한 것 자체가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며 “위법성이 중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 행위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은 무죄 판단을 받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어떤 지시를 했는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일선 법원의 수석부장판사(조한창 현 헌법재판관)를 통해 재판부에 서기호 전 국회의원 소송을 빨리 종결하라는 취지로 요구한 행위, 헌법재판소에 파견된 법관에게 헌재 내부 사건 정보와 동향을 수집하라고 시킨 혐의, 통진당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행정소송을 담당한 판사에게 연락해 법원행정처 입장을 전달한 행위 등이 모두 위법·부당한 재판 독립 침해 행위로 인정됐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은 이런 일들을 몰랐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임 전 차장 또는 이 전 상임위원이 윗선에 보고도 없이 독자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정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 ‘인사모’의 와해 방안을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검토시킨 행위도 마찬가지다. 법관의 표현, 연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위법한 일로 인정됐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관계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 전 상임위원의 업무일지에 ‘인사모 보고-대법원장님’, ‘인사모 논의 내용’ 등이 쓰여 있었는데,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인사모에 대한 일반적인 보고를 받은 증거일 뿐 인사모 와해 방안을 보고받았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한상호 변호사가 위법·부당한 행위를 했다고 판결문에 명시됐지만, 결과적으로 무죄가 나왔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변호사와 사적으로 만나 강제징용 사건 관련 대화를 여러 차례 나눴고, 이 내용이 김앤장 내부에도 공유된 것을 사실로 인정했다. 일본 기업 패소인 대법원 판단을 뒤집으려면 외교부 의견서가 필요했는데 임 전 차장은 이 절차를 추진하면서 김앤장 측과 적극적·지속적으로 상의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도 임 전 차장의 행위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승인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임 전 차장의 행위를 아는 것을 넘어 판단을 뒤집으려고 구체적인 심리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런 심리 계획이 김앤장 측에 넘어간 것은 아니라고 했다. 검찰은 이 부분을 공무상 비밀 누설죄로 기소했는데 재판부는 비밀 누설은 아니라고 봤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에는 법관 인사 불이익도 있다. 검찰은 대법원 정책 비판 글을 내부게시판에 올린 판사들을 법원행정처가 ‘물의야기 법관’으로 검토하고 원칙에 반하는 인사명령을 한 게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 안팎에선 재판 개입만큼이나 인사 불이익 혐의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였다. 법관 독립과 대법원장의 인사권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모든 법관의 인사권을 틀어쥔 대법원장과 윗선 눈치를 보는 판사들의 관료화 체제가 사법농단 사건의 배경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헌법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제106조 제1항)고 규정한다. 독립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는 조항인데, 대법원장의 막강한 인사권이 이를 침해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여러 인사 불이익 대상자 중 한 판사는 대법관 제청 절차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물의야기 법관으로 지목됐다. 울산·포항 배치 검토를 거쳐 격오지인 통영지원으로 배치됐고, 희망임지는 인사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인사총괄심의관실이 작성한 문건엔 ‘통영 배치를 인사실에서 반대했지만, 인사권자의 뜻이 강해 이를 막지 못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법관이 잘못된 행위를 했다면 공식 징계 절차에 회부하면 될 일이지만, 불투명하게 인사 조처가 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법관의 전보에 대해서는 인사권자(대법원장)의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징계를 할 것인지, 인사를 할 것인지는 대법원장 재량권이고, 대법원장이 마음대로 하더라도 헌법이 금지하는 불리한 처분이 아니라고 했다. 특히 대법원 정책에 대한 비판 글을 게재한 것은 인사 결정에 고려할 마땅한 사유라고 했다. 판결문엔 대법원장의 인사권은 무엇이고, 어떻게 행사돼야 하는지 등을 깊이 있게 검토한 내용이 없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구체적 판단을 하지 않고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만 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재임 중 인사권을 상당 부분 스스로 내려놓았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을 이원화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할 때 추천위원회에 ‘쪽지’를 내려보내던 관행을 없애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기조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법개혁이 명분이지만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대법원장 권한만 커지는 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3 불법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나오는 19일 “사형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들이 조희대 사법부로 진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오늘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다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라며 “내일의 내란에 용기를 주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은 지금까지도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고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법원은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법의 준엄함을 보이고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 원내대표는 “앞선 한덕수(전 국무총리)와 이상민(전 행정안전부 장관) 판결에서 12·3 불법 비상계엄은 친위 쿠데타이자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 즉 내란임이 이미 확인됐다”며 “윤석열과 내란 세력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짓밟고 국민 생명을 위협한 반국가 범죄자들”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법부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법정 최고형 선고를 통해 국헌문란 행위는 반드시 단죄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사법부의 준엄한 판결을 국민과 함께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천준호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회의에서 “오늘은 내란 청산의 날”이라며 “재판부는 함부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용서해선 안 된다. 재판부의 준엄한 판결이 잘못된 역사의 반복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원내지도부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 국회에 모여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함께 지켜볼 예정이다.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공언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입법 계획이 윤 전 대통령 1심 형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오늘 선고 형량에 따라 사법개혁 입법 일정이 변동될 여지가 있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것까지 검토 선상에 놓고 있진 않다”면서도 “(법원이) 이상하게 선고하면 오히려 국민 분노도 증폭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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