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치료제구입 [기고]원전, 여론이 아니라 책임으로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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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민종 작성일26-02-10 04:16 조회1회 댓글0건본문
이번 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질문의 구조와 전제가 이미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믹스’를 사실상 전제로 깔고 원전 필요성을 묻는 방식은 중립적 질문이 아니라 특정 방향의 동의를 유도하는 설계에 가깝다. 원전은 단순한 선호 문제가 아니라 위험과 비용, 장기적 책임, 지역 부담을 함께 묻는 사회적 선택이다. 그럼에도 설문에는 핵폐기물 처리, 사고 위험, 입지 갈등, 대안 시나리오 같은 핵심 쟁점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여론조사는 공론화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론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오해받기 쉽다.
조사 결과의 불투명성 역시 문제다. 공개 자료에는 지역별 응답 분포, 특히 원전 인접 지역의 찬반 비율이 제시되지 않았다. 입지 문제를 배제한 채 ‘원전이 필요하냐’고 묻는 것 자체가 현실을 왜곡한다. ‘수도권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데 찬성하는가’ ‘내가 사는 지역 인근에 원전이 들어오는 것에 찬성하는가’를 물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원전 논의의 본질적 갈등은 언제나 ‘필요하냐’가 아니라 ‘누가 감당하느냐’였다. 실제로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은 고리 2호기 수명연장에 반대하며 지금 행정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럼에도 전국 평균 수치만 강조하는 것은 원전 정책에서 가장 큰 위험과 부담을 감당하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통계 속에 묻히게 만든다.
정부가 반복하는 ‘AI 시대 전력 수요 폭증’ 논리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AI는 전력 다소비 기술이라지만, 동시에 에너지 효율화 기술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AI는 전력 수요 관리, 건물·산업 에너지 최적화, 스마트그리드 운영 등 에너지 절약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설명에는 수요 관리나 효율 혁신은 보이지 않고, 공급 확대 논리만 반복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여론조사가 정부가 져야 할 정책 책임의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민 다수의 찬성’을 강조하지만, 원전 확대의 위험과 비용, 장기적 책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는 원전 정책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다시 ‘필요성’이라는 이름 아래 속도전 방식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 아닌지 묻게 된다.
원전 정책은 단기 여론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지역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더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폭주정책’인 노후 원전 수명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은 사실상 ‘환경내란’의 연속과 다를 바 없다. 이재명 주권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여론조사의 숫자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 인식을 명확히 하고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태도다. 그 책임의 출발점은 지역을 존중하는 ‘제대로 민주주의’에서 시작돼야 한다.
[주간경향] 코스피 5000시대가 열리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연일 뉴스는 코스피지수가 어디까지 올라갈까를 점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으로 뒤덮였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개를 돌파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섰다. 한쪽에선 “더 오를 텐데 지금 주식 안 하면 바보”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선 “모두가 주식으로 돈 버는데 나만 안 하고 있나”라며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주식시장 활성화를 강조해온 결과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주식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국내 상장사의 주식을 보유한 국내 개인투자자는 1410만명이다. 다시 말하면 3700만명가량은 주식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모든 국민이 주식 투자를 할 수도 없다. 주식 투자를 하려면 돈, 정보, 시간이 있어야 한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수익률이 높다.
정작 성실히 일한 사람이 잘살 수 있는 사회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를 전전하는 한 청년은 코스피 5000시대에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자발적 선택이 아닌 포기”라고 했다. 다른 청년은 “투자와 자산이라는 이름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지워지고, 소외되고 있다”고 했다.
“코스피 5000은 모르겠고 달걀이 한 판에 8000원 합니다. 채소도, 쌀도 비싸고. 슈퍼마켓에 가기가 무서워요.” 코스피 5000으로 생활에 변화가 있느냐고 묻자 A씨(29)에게 돌아온 답이다. A씨는 병원에서 일하며 돈을 벌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A씨는 식재료를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주말 새벽 재래시장에 가고, 옷 구매는 빈티지 숍을 이용한다. 5년을 일했는데 계약직이라 1년에 한 번씩 직장을 옮겼다. 대학 학자금 대출은 아직 남아 있다. A씨는 현재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다. 투자할 돈이 없다. A씨는 “부모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1인 가구를 유지하려면 주식에 투자할 수가 없다. 버는 돈은 대부분 생활비로 나간다. 저축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학자금 대출을 갚아도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 사회에서 대출 없이 살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했다. 그에게 주식 투자는 먼 이야기다.
가구조립 일을 하는 B씨(32)는 몇 년 전 주식을 했지만 정작 주가가 오른 최근엔 주식을 못 하고 있다. B씨는 “주식을 하려면 재무제표도 봐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다. 하루 12시간을 일하는데 퇴근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했다. B씨는 새벽 4~5시쯤 집에서 나간다. 물류센터에서 가구를 싣고 배송, 조립을 하면 저녁 8~9시가 된다. 가구조립 노동자들은 형식적으로는 가구회사에서 운송을 위탁받은 하청업체와 계약한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하는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한다.
청년들 사이에선 노동소득만으로 풍족한 삶을 살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여겨진다. 더 무서운 현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C씨(26)는 소규모 회사에 취직해 일했는데 트라우마 때문에 1년 넘게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고립은둔 청년으로 지냈다. 회사에선 계약서를 쓰지 않고 정해진 기간 없이 일을 시켰다. 매번 다른 일을 시키면서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고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달에 150만원을 받았는데 유급휴가는 없었다. C씨는 “새로운 일을 구할 자신은 없고, 잘 못 한다고 지적받는 게 반복되면서 많이 지쳤다”며 “어느 순간 더 이상 일을 못 할 지경이 됐다”고 했다. 우울증에 빠진 C씨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고 무서워 그냥 쉬었다. 그렇게 그는 ‘쉬었음 청년’이 됐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쉬었음 청년’은 71만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청년 수(157만명)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중소 사업체에서 일하는 청년 수(741만명)는 역대 최소로 쪼그라들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C씨는 주식 투자를 안 하고 있는 것이 자발적 선택보다는 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C씨는 “애초에 비축해놓은 돈도 별로 없지만, 돈이 주식 투자로 묶이는 것이 부담스럽고 투자했다가 날리게 됐을 때의 불안감이 크다”며 “만약 여유자금이 있었다면 투자해볼 마음이 있었겠지만 망하면 생활비가 날아간다는 게 너무 크게 다가온다”고 했다. 지역에선 아르바이트도 구하기가 어렵다. 지역에 거주하는 대학생 D씨(23)는 “아르바이트도 경력직을 원하고, 경력이 없어도 되는 일자리엔 지원이 엄청 몰린다. 면접도 못 볼 때가 있고 면접까지 봐도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음식점 아르바이트 같은 것만 겨우 뽑힌다”고 했다.
자산이 없는 사람에게 주식시장의 위험도는 더 크게 느껴진다. E씨(36)는 조선소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주식 투자를 했는데 3배를 벌었다가 거의 다 날아가는 것을 본 뒤 ‘이건 안 되는 거구나’ 생각하고 현재는 주식을 안 한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손실은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E씨는 “공부를 하면 돈을 벌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주식시장 구조상 개미 투자자가 대자본을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며 “그런 것들은 공부 영역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F씨(29)도 ‘원금 손실에 대한 리스크’를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를 보면 코로나19와 주식 투자 붐이 한창이던 2020년 3~10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신규투자자 3명 중 2명(62%)은 손실을 봤다. 신규투자자 중 54%가 2030세대였다. 연구진은 스스로의 능력이 우월하다는 과잉 확신, 주식 투자를 일종의 대박 기회로 인식하는 성향으로 인한 잦은 거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평가된 국내 자본시장을 끌어올리고 건강한 기업에 자금을 댄다는 점에서 주식시장 활성화는 필요한 정책이다. 문제는 정부가 개인의 주식 투자를 장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불평등 해소에 대한 논의는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영섭 금융과미래 대표는 통화에서 “흔히 주식을 할 때 여윳돈으로 하라고 하는데 중산층 이하의 청년들, 시민들이 여윳돈이 어디에 있겠느냐”며 “여윳돈이 아닌 돈, 없으면 큰일 나는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고 엄청난 규모의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삶을 저당 잡혀 있다. 커다란 자산에 가려져 죽어나는 개미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주식시장의 과실이 국민 전체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의 조세정책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주식 투자 하나만 보고 있다”고 했다. 금투세는 2020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었지만 이후 정치권은 시행을 거듭 미뤘고, 2024년 12월 시행도 전에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개발로 노동의 가치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를 어떻게 분배할지, 기본소득이 가능할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런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는 뒷짐을 지고 개인의 노력에 맡겨져 있다 보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먹을 돈으로 주식 사라’는 말까지 나오며 논쟁이 붙었다. A씨는 “두쫀쿠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1만원이 안 된다”며 “맛있는 것을 먹고 취미에 쓸 비용까지도 전부 주식에 투자해야 노후에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혀서 무섭다”고 했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 주식 붐 때 주식 투자를 하다가 지금은 하지 않는다는 대학생 G씨(26)는 “청년들이 주식 투자를 시작한다고 해서 삶이 안정될지 잘 모르겠다”며 “장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책임을 ‘네가 재테크를 안 해서 그렇다’ ‘네가 자기계발서를 읽고 노력을 안 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개인에게 전가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D씨는 “개인의 소소한 행복을 폄하하면서까지 주식을 권유하는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 이상하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해서 삶이 극적으로 나아지진 않는다는 게 H씨(31)의 말이다. H씨는 2020년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진 않았다고 했다. H씨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는 신뢰가 깨져 있고, 이는 위험 투자로 청년들을 내몬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사기 치고 산 것도 아니고 30~40년 일한 노동자라면 노후에 비참하게 살 걱정은 없어야 하는 게 맞잖아요. 주거, 의료, 양육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충분히 보장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저도 투자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국가는 열심히 일해서 은행에 저축한 사람들의 자산 가치를 지켜주는 것 같지 않고, 앞으로도 안 지켜줄 것 같아요. 이런 환경에서 저 같은 개인에게는 위험자산 투자가 일정 부분 ‘강제’되는 거예요. (미국 주식 투자로) 물가상승률을 따라가고 있으니까 조금 덜 불안한 것이지, 만약 그걸 못 따라가고 있거나 손해를 본다면 더 위험한 투자로 가지 않았을까요?”
주식 투자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청년 세대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주식 투자자인 청년이 기업의 잘못된 행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자본친화적 성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G씨는 “투자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되는 가치관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면서 주식 투자와 거리를 두게 됐다”며 “청년들이 파업하는 노동자와 비슷한 입장에 놓여 있음에도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파업을 저지해야 한다는 논리로 자본의 편을 드는 게 그런 예”라고 했다. G씨는 “투자 논리는 대학 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며 “대학이 기업화하고 학생회도 기업과의 제휴에 집중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이들은 탄압·관리하는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했다.
주식 투자자들의 ‘위기가 기회다’ 논리 때문에 주식을 하지 않는 청년도 있다. I씨(27)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이 ‘지금 전쟁 일어났으니 (무기 사업을 하는) 한화 주식 사야 해’라면서 숫자에만 관심을 두는 것을 보며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J씨(30)는 최근의 주식 열풍을 보며 불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J씨는 “(주식은) 부의 양극화를 띠는데 그런 부분은 크게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전쟁 무기를 개발하고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은 기업의 이윤이 높아지기만을 생각하고 죽어가는 사람들과 노동자는 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청년들은 지금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랄까. G씨는 “주거와 교육, 돌봄 등 일상을 구성하는 서비스가 개인의 투자행위로 전가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권으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했다. G씨는 “지난해 10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 국제사회의 지도자들이 오가고 젠슨 황(엔비디아 CEO)이 치킨집 회동을 하면서 주식 투자자들이 환호했는데, 그 이면엔 베트남 이주노동자가 집중 단속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며 “자본의 잔치 아래 평범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이 어떤지를 직시했으면 한다”고 했다. C씨는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고 근로소득으로 먹고살기 불안하니까 주식을 하게 되는 것인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주식을 활성화하자고 하는 게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 돈을 버는 소수의 사람, 투자받는 기업은 좋겠지만 주식을 안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코스피 5000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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